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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이성부 시인의 삶과 산 이야기를 쓰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는 시인의 시를 마지막에 인용했었다. 시인의 말처럼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봄이 지척에 와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번씩 자리바꿈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계절이지만 늘 봄인 곳이 있다. 춘천(春川)이다. 고려 시대 이후 춘주(春州), 춘성(春城)으로 달리 불렸지만 봄(春)이라는 글자만큼은 악착같이 붙들고 있다. 그 춘천에 석파령(席破嶺)이 있다. 조선 시대 한양에서 춘천으로 가던 관문이었던 석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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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4.03.1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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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요란하게 요술을 부리던 날, 필자는 구미 금오산 정상 현월봉(懸月峯: 976m)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희미하게 낮달까지 떠서 ‘달이 걸린다(懸月)’는 봉우리의 맛을 절반은 즐긴 셈.사실, 금오산이라면 굳이 달이 ‘조연’으로 나오지 않아도 될 터.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일본의 하이쿠 명인 마츠오 바쇼(松尾芭蕉: 1644~1694)는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인 이부키산을 가리키며 “달도 필요하지 않은 산”이라고 그 아름다움을 읊었다.굳이 달까지 나와서 산의 운치를 더할 필요가 없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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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4.02.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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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젊은 놈이 팔십 넘은 내보다 더 몬하노.”“가시가 많아서 쉽지 않네요.”“손 조심하거라.”“예~”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 소리가 났다. 내가 아니라 아버지였다.지난 5월 초, 어버이날을 겸해 포항 본가를 찾았다. 앞마당엔 가시 철갑을 두른 엄나무 두 그루의 잎이 무성했다. 아버지와 엄나무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 웃자란 새순을 훑어냈다. 한 발은 사다리에, 다른 한 발은 담벼락에 디딘,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작업.젊지도 않은 아들놈을 걱정했지만 정작 못된 가시가 목장갑을 낀 아버지의 손을 기어이 찌르고 말았다. 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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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3.06.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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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산 산즉생(生則山 山則生). 삶이 곧 산이요, 산이 곧 삶이라. 사실, 이런 말은 없다. 필자가 그냥 만들어 본 말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았던, 아주 강렬하게 살았던 시인이 있다. 사연인즉 이렇다.지난 2월, 지인 몇몇과 춘천 금병산 아래 실레마을길(김유정 문학의 길)을 트래킹 삼아 돌면서 ‘전상국 문학의 뜰’을 찾았다. 김유정역을 만든 일등공신이자 김유정 문학촌장을 지낸 소설가 전상국 선생의 문학관이다.전상국은 ‘우상의 눈물’, ‘아베의 가족’ 같은 소설로 잘 알려진 한국문학의 거장. 그의 문학관을 둘러보던 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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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3.03.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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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록담 남벽(남쪽벽)이 눈앞으로 성큼 마중 나왔다. 하늘이 이렇게 파랄 수 있나 싶었다. 너무 좋았다. 저절로 두 팔을 번쩍 들어 그 하늘을 맞았다. 색깔에 관한 한 세계 최강자인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인들 이 자연의 빛깔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설령 만들어낸다 한들, 파란 하늘에 스며든 실구름은 또 어쩔 텐가.딱 그 시간이었다. 일본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藤原新也)는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오후 3~4시 사이를 ‘마경(魔景)’이라 불렀다. 빛 산란이 가장 활발하고, 빛이 가장 뛰어놀기 좋은 시간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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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3.02.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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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잔인했던 2022년과 ‘헤어질 결심’을 할 때다. 주저함 없이. 다만 우리 모두에게 한 줄기 작은 위안의 말을 서로 주고 받는다면 좋을 터. 필자는 그게 법정스님의 말씀이면 더 좋겠다 싶다.법정스님이 기거했던 전남 순천 불일암을 찾은 건 가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초 무렵이다.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 뒷산에 자리잡은 불일암은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간 수행했던 고즈넉한 암자다. 그런 스님은 햇살 한 줌에서도 행복을 느꼈다.“가을 날 오후 한 때/빈 방에 홀로 앉아/새로 바른 창호에 비치는/맑고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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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12.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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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지인)“항구다”(필자)전남 목포의 낙지 전문식당. 목포의 지인과 함께 토박이들이 자주 간다는 이곳에서 한마디씩 주고 받으며 술잔을 부딪혔다. 안주도 나오기 전에 말이다. 목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항구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목포는 항구다’라고 정의내리듯 외쳐줘야 목포여행이 실감난다.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산행을 위해 내려갔다가 현지 지인에게 S.O.S를 쳤다. “겁나게 맛있다”는 말에 혹해서 ‘목포 9미(味)’ 중 하나인 낙지를 세트 메뉴로 내놓는 식당을 찾은 것. 목포 9미는 세발낙지·민어·홍어·꽃게·병어·아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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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9.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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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뤄뒀던 영화 ‘한산’을 보고 난중일기(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옮김)를 완독했다. 최근 충무공 이순신의 격전지(해남 우수영, 진도 벽파항, 통영 한산도)를 둘러본 이유가 컸다.영화 ‘한산’에 대한 세간의 평은 대체로 “괜찮았다”로 모아진다. 전편격인 ‘명량’과 비교해 보건대 업그레이드된 전투신, 거북목이 나왔다가 들어가는 트랜스포머형 귀선(거북선), 세밀해진 첩보전 등이 도드라졌다.여기서 굳이 두 주연배우(최민식, 박해일)의 무게감을 서로 비교, 저울질하는 건 의미가 없을 듯하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는 접고, 격전의 현장을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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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8.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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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과 도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마음 챙김’(mindfulness)으로 산행만 한 게 없다고 여기고 있다. 나이 들면 돈 계좌보다 ‘근육계좌’가 중요하다고 하니 신체적으로 이롭고,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는 ‘끈기 계좌’가 늘어나니 매 주말 빼놓지 않고 스틱을 챙기게 된다.몸과 마음을 챙겨서 산에 가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자연의 소리’ 효과에 주목했다. 이 매거진은 캐나다 칼턴대학교(Carleton University) 연구팀의 연구 사례를 소개하면서 “새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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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7.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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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송해 없는 송해길(서울 종로구)을 걸었다. 뭔가 활기를 잃은 분위기.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노래(나팔꽃 인생)를 유독 즐겨 불렀던 국민MC 송해였다. 전국민의 안녕을 빌며 그는 세상과 이별했다. 우리는 그의 바람대로 도심에서 ‘안녕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장소를 산으로 옮겨보면, 산에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좁은 산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을 더 자주, 살갑게 한다. 여전히 그런 말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는 산꾼 선배들을 ‘추앙’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이번 지리산 종주에서도 내 입은 무거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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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6.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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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만약 한 번이라도 이런 자연 속에서 밤을 새워 본 일이 있다면 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정적 속에서 살며시 눈을 뜬다는 사실을.”(알퐁스 도데의 ‘별’ 중에서)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별 볼 일이 없던 우리 어린 시절의 로망 속 공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이란 존재는 강한 자석처럼 동심과 상상력을 끌어들이는 자극제. 그런 별들을 소백산 야간 산행에서 마주했다. 모 산악회 열성 멤버인 후배 덕이다.10년 넘게 주말마다 산을 타고 있는 그가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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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5.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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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에 파묻힌 하루였다. 들뜬 마음은 갈 때도, 돌아올 때도 쉬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 4월 25일, 전국 최대 진달래 군락지인 비슬산을 찾았다.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에 걸쳐 있는 산. 비슬산 진달래는 4월 중순이 절정이다. 소문이 날 만큼 난지라, 주말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도 그럴 것이 비슬산 진달래 군락지까지는 전기차 버스가 운행한다. 이런 번잡을 피하기 위해 평일 산행을 택했다. 달성군 유가읍 유가사에서 ‘꽃놀음’을 시작하며 올랐다. 비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084m)을 찍고 진달래 군락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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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5.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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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로소이다. 산행 하산길에 들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얼굴이 퀭해 보였다. 뭘 좀 달라는 눈치. 배낭을 뒤졌다. 다행히 먹지 않고 남겨둔 ‘단백질 바’가 좋겠다 싶었다. 각종 견과류가 들어가 있어 딱~이다 싶었다.큰 인심 쓰듯, 반을 뚝 떼었다.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놓았다. 눈치만 보던 녀석이 조르르 달려왔다. 와삭와삭, 이빨을 드러내며 아주 기운차게 먹어댔다. 순식간이다.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꼬리를 감추듯 내뺐다. 달아나는 녀석의 꼬리에서 봄을 보았다.몇 년 전, 충남 서산 개심사(開心寺)에 갔었다. ‘볕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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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4.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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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16일 춘천 의암호 중도선착장 입구의 한 갤러리. 한국시사만화가협회장을 맡고 있던 유환석 화백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간 그의 첫 귀향전인 셈. 유 화백과는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다. 그의 장기는 세밀화. 춘천 등 강원도의 여러 장소들을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린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날 유독 눈에 들어왔던 그림 한 점이 있다.“이게 어디에 있는 탑이죠?”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사찰 안에 탑 하나가 살포시 들어 앉아 있었다. 절 높은 곳에 위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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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3.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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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마종기 시인의 시 ‘바람의 말’ 끝부분이다. 바람은 때론 성가시고 달갑지 않은 존재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바람(風) 부는 쪽으로 귀 기울여’ 볼 만한 곳이 있다. 억새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간월재(울산광역시 울주군)이다. 가을날의 눈부신 군무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걸까. 겨울억새는 조용히 몸을 낮춘 채 쉬고 있었고, 억새평원엔 바람도 느리게 불고 있었다.#. 지난 주말 ‘영남알프스’를 다녀왔다. 울산, 밀양,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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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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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인상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사내는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 육중한 바위를 얹은 몸은 더 탄탄했다. 벌크업(Bulk up)이라도 한 걸까. 강한 근육질 사내의 이름은 남덕유(南德裕). 경남 함양군~전북 장수군 경계에 있는 남덕유산의 위용을 사내에 빗댄다면 이렇지 않을까.전북 무주 쪽의 북덕유산이 부드러운 여성미를 자아낸다면, 남덕유는 거친 남성미를 자랑한다. 산꾼들은 말한다. “겨울 대간 종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덕유”라고. 그런 남덕유산의 정취를 사진 몇 장에 담기엔 아쉽고 또 아쉬웠다.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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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1.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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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열심히 산에 다녀?” 작년 한 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다. 사실, 필자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저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울 뿐. 생각해 보니 많이 다니긴 했다. 올해도 작년 못지 않게 ‘싸돌아’ 다닐 게 분명하다. 문제는 무릎이 얼마나 도와주느냐 하는 것.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탈이 난 적은 없다.슬기로운 산행 생활에 늘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있다. 커피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오로지 뜨거운 커피. 필자에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는 애당초 없다. 산행에서 지친 엉덩이를 밀어주고, 허벅지에 힘을 불어넣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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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2.01.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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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대한체육회가 산악인 고 김홍빈 대장을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 김 대장은 지난 7월 장애인으로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상 정복 다음 날 하산길에 실종됐다. 대한체육회의 선정 발표에 다시금 김홍빈 대장의 일을 떠올려 본다. 사실, 필자는 김홍빈 대장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해외 공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는 필자의 대학 친구가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전까지는.#. 올해 7월 14일이었다. 그날의 사진 한 장은 충격에 가까웠다. 열 손가락이 없는 사내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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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1.12.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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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힐링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위험천만한 공간. 산은 간혹 등산객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의외로 푸른 제복의 희생자들도 많았다. 한라산(제주), 청계산(서울), 민주지산(충북 영동)에 얽힌 군 산악사고 현장 얘기다.#.1982년 2월 5일 오후 1시 30분.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대대 소속 군인들을 태운 공군 수송기(C-123)가 성남서울공항을 출발했다. 이동 목적은 대통령 경호, 목적지는 제주공항, 탑승 인원은 총 53명이었다. 그런데 정상적이라면 이 수송기는 출발하지 말았어야 했다. ‘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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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1.11.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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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허기(虛飢)가 도져 등산 배낭을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행선지는 강원도 원주 치악산(1288m). 몇 차례 다녀온 터라, 악(岳)자가 주는 위압감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힘들긴 힘든 산이다. 남대봉 중턱 해발 1100m에 있는 상원사(上院寺)에서 한참을 쉬었다. 높은 고도와 부슬비 덕에 절엔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다. 상원사는 암자(설악산 봉정암이 1244m)가 아닌 단일 사찰로는 지리산 법계사(1450m) 다음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다들 상원사에 오면 ‘은혜 갚은 까치(꿩)’ 전설을 떠올린다. 까치가 구렁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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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기자
2021.10.08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