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강변에서 ‘밤마실’을 즐겨 보셨는가? 여태 모르고 있었다. 햇볕 따뜻하게 드는 이 동네의 밤 풍경이 이렇게 멋스러운지. 낮에만 여러 번 보고 떠났던 밀양이 아니던가.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으로 가면 돼요”라는 영화(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 명대사처럼 산을 찾아온 필자는 처음으로 밀양에서 하루를 묵었다. 영남알프스 산행을 끝내고 내려와 햇볕이 물러가고 저녁이 되길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밀양교로 향했다. 밀양의 얼굴 영남루(嶺南樓)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다. 영남루는 밀양강변에 풍채 좋게 우뚝 솟아 있다.

조선 후기의 대표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영남루(정면 5칸, 측면 4칸에 팔작지붕)는 진주 남강의 촉석루, 평양 대동강의 부벽루와 더불어 3대 누각으로 꼽힌다. 낮에 보면 웅장하면서도 시원시원한 그 맛이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린다.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문턱 닳도록 다녀갔을 터. 그도 그럴 것이 많을 땐 300개가 넘는 시문과 현판이 많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시문 현판 전시장’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그런 영남루가 60년 만에 경사를 맞았다고 한다.

밀양역에 내렸을 때 국보 지정 축하 현수막을 보았는데, 거긴 사연이 있었다. 영남루는 그동안 그 ‘지위’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해방 10년 후인 1955년 국보로 승격했다. 그러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재평가 되면서 보물로 다시 내려왔다.

아마도 지역민들의 자존심이 살짝 상처받지 않았을까. 그후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마침내 국보 지위를 되찾았다. 60년 만의 재승격이었다.

조망 좋은 영남루 건너편 밀양교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누각 풍광이 밀양강에 형형색색 데칼코마니로 내려앉았다. 마치 ‘동지섣달 꽃 본 듯이’ 그 자태가 반갑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마터면 모르고 갈뻔 했던 영남루의 밤. 그 풍취에 취해 걷고 또 걷다보니 몸이 어느 가게에 들어와 있다. “돼지국밥이랑 막걸리 되죠?” 아~밀양 돼지국밥이 이렇게 담백하고 깔끔했던가. <글·사진=노운, 여행작가>

 

밀양 8경 중 하나인 영남루 야경.
밀양 8경 중 하나인 영남루 야경.
영남루는 건너편인 밀양교에서 바라봐야 조망이 제대로 나온다.
영남루는 건너편인 밀양교에서 바라봐야 조망이 제대로 나온다.
밀양강을 끼고 있는 영남루의 낮 풍경.
밀양강을 끼고 있는 영남루의 낮 풍경.
영남루 누각 올라가는 길.
영남루 누각 올라가는 길.
누각엔 시문과 현판으로 가득하다.
누각엔 시문과 현판으로 가득하다.
정면 5칸, 측면 4칸일 정도로 누각의 크기가 만만찮다.
정면 5칸, 측면 4칸일 정도로 누각의 크기가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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