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장르와 설정은 매우 복잡하다. 또 이야기의 스케일은 장대하다. 1부는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 시간, 공간, 사건을 설명하느라 이야기 전개가 느리고 혼란스러웠다. 2부는 1부에서 펼쳐놓았던 요소들을 비교적 깔끔하게 갈무리한다. 그래서 1부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인물의 성격, 인물 간 관계 등에 대한 의문이 정리된다. 2부만 봐도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최동훈 감독은 1부를 150번가량 보면서 2부를 편집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눈에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외계+인> 2부의 고민이 있다. 사실 이러한 설명을 하는 자체가 군색하다. 복서가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을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자꾸 1부에 발목이 잡혀 해명하느라 바쁜 것이다.

왜 그럴까. 이러한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최동훈 감독의 장점과 연결돼 있다. 최동훈 감독은 소문난 이야기꾼이다. 특히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넓게 펼쳐놓았다가 솜씨 있게 마무리하는 능력이 독보적이다. <도둑들>에서 그러한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외계+인>의 인물과 사건 전개도 <도둑들>과 닮아있다.

여기에 어벤저스 류의 슈퍼히어로물이 지닌 특징을 한국식으로 변형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전우치>에서 선보인 시간 이동, 분신과 변신, 부채 도술 등의 요소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또 외계인의 존재를 설정해 SF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그래서 세계관은 커지고, 액션과 스펙터클도 화려해졌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더할 나위 없다.

<외계+인>의 주요 인물은 무륵, 이안, 가드와 썬더이다. 여기에 흑설과 청운, 자장, 문도석, 민개인, 우왕과 좌왕, 개똥이 등이 등장한다. 2부에서는 능파가 새로 등장한다. <외계+인>의 서사는 이 많은 인물이 신검을 차지하고, 나아가 설계자를 퇴치하기 위해 벌이는 도전과 모험의 기록이다.

 

 

<외계+인>의 시공간은 인물만큼이나 복합적이다. 우선 인물들은 현대와 고려를 수시로 오간다. 그런데 현대의 인물과 고려의 인물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이안은 현대의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이안은 고려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현대로 다시 돌아온다. 고려의 소년이었던 무륵은 성인이 된 후 시간의 터널을 지나 현대로 이동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드는 가드와 썬더로 분리되고, 그들도 현대와 고려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현대와 고려는 공존하는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미래로 구분되는 관계인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외계+인>에서는 현대와 고려의 시공간 설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서사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외계+인>의 1부에서 현대와 고려는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나온다. 갓난아이가 그대로 현대로 옮겨왔으니 이러한 설명은 문제가 없다. 2부에서 문도석이 현대의 모습 그대로 고려로 이동하는 상황도 ‘공존한다’라는 설정에 들어맞는다. 그런데 고려의 어떤 인물들은 현대라는 미래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대와 고려는 공존하는 시공간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혼란이 발생한다. 이안은 현대에서는 초등학생, 고려에서는 초등학생 나이의 소녀와 성인으로 등장한다. 현대와 고려의 시간이 공존한다면, 이안은 고려에서 소녀로 등장하거나, 아니면 현대에서 성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외계+인>에서는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고려의 이안 장면과 현대의 이안 장면이 교대로 등장한다. 고려와 현대는 공존하기도 하고, 700여 년 전의 과거 혹은 700년 후의 미래이다.

분신과 변신을 거듭하는 인물들은 또 어떤가.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고양이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요괴가 무륵과 이안 중에서 누구의 몸에 들어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 최동훈 감독이 반전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물의 변신과 분신, 시간과 공간 이동이 뒤엉켜 있고, 반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조선 시대 전기소설의 많은 요소를 변주하고 있다. 그런데 <외계+인>은 인물의 성격과 시공간 설정이 단순하지 않다. 반면 갈등 구도는 선명하지 않다.

 

 

여러 인물이 왜 그토록 신검을 차지하려고 애쓰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귀가 들어맞는다고 하기 어렵다. <외계+인>의 갈등은 설계자가 지구를 정복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대중영화라면 무륵, 이안, 가드와 썬더가 한 팀이 되어 설계자와 대결하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에서는 가드와 썬더만 이 갈등 구도에 충실하다. 또 악당의 성격이 지금보다 선명하게 묘사되어야 영화의 갈등 구도가 분명해질 것이다.

영화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무륵이 신검을 차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악당의 퇴치와 무관하다. 이안의 행동도, 흑설과 청운이 신검을 노리는 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물 각자의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는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들은 한 팀이 되어 설계자와 대결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영화의 갈등 구도가 희미해지고, 서사는 안개처럼 허공을 떠다니고, 그래서 이야기의 맥락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략적인 설정만으로 관객을 제대로 설득하기는 어렵다.

<외계+인>은 장점이 많은 영화이다. 무엇보다 실험정신, 도전정신을 높이 살 만하다. 장르나 스케일 면에서 이만한 상상력을 발휘한 국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이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이나 여성 주인공의 활약상도 흥미롭다.

하지만 <외계+인>은 인물과 시공간의 설정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그로 인해 갈등 구조가 명확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영화의 다른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소문난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조금 더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만들려고 꾀를 내다가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2부는 분명히 1부보다 깔끔하고 이야기가 정리되어있지만, 편집으로 설계도의 문제까지 해결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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