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도 저 평온한 물줄기와 같다면. 전남 구례 땅, 해발 530미터 오산(鼇山)의 품에 안긴 사성암(四聖庵)에서 섬진강을 굽어보았다. 

너무 멀리서 바라보면 강물의 호흡을 느낄 수 없고,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면 강물의 유장미를 느낄 수 없으니 이 지점이 제격인 듯 싶다.  

노자의 ‘도덕경’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이어지는 문장은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물은 만물을 좋게, 또 이롭게 해주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노자의 말이 제격인 듯도 싶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흘러가면서도 결코 서로 다투는 법이 없는 물일진대, 우리도 이와 같다면. 

구례 사성암(四聖庵)은 여전히 모르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명승 111호. 그 명성은 허언이 아니었다. 명승(名勝)은 국가지정문화재로, 문화재청에서 경치가 뛰어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화엄사의 말사인 사성암은 의상, 원효, 도선, 진각 네 고승이 수도하여 사성암으로 불린다. 사성암을 보려면 자라를 닮았다는 해발 530미터의 오산(鼇山)을 올라야 한다. 걱정할 일은 없다. 암자 근처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있으니. 

오산 정상 부근의 깎아지는 절벽에 사성암이 자리 잡았다. 암자(유리광전)가 하늘에 걸려 있는 듯, 쳐다보니 아찔하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사성암의 첫 번째 경치 맛집이다. 

유리광전 안에는 암벽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사성(四聖) 중 하나인 원효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리광전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風磬) 소리는 마음을 씻어주는 또 다른 염불이다. 

사성암의 두 번째 경치 맛집 포인트는 산신각(산왕전)이다. 그 너머에 구례 들녘을 적셔주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그뿐인가. 고개를 조금 돌리니 지리산 노고단이 사성암을 내려다 보고 있지 않은가. 노자 옹(翁)의 말씀 하나 더 빌려온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성긴 듯하면서도 놓치는 것이 없다.’ <글·사진=노운, 여행작가>

 

올려다 볼수록 풍광에 압도되는 구례 사성암.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緣起)조사가 부속암자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올려다 볼수록 풍광에 압도되는 구례 사성암.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緣起)조사가 부속암자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바위와 한 몸을 이룬 사성암 풍경. 명승 111호다.
바위와 한 몸을 이룬 사성암 풍경. 명승 111호다.
강물만큼 마음 편한 풍광도 드물 것이다. 해발 500미터 산 정상 부근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 물줄기와 구례 들녘.
강물만큼 마음 편한 풍광도 드물 것이다. 해발 500미터 산 정상 부근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 물줄기와 구례 들녘.
땡그랑 땡그랑~ 유리광전(약사전) 추녀에 매달린 풍경 소리는 위안과 여유를 준다.
땡그랑 땡그랑~ 유리광전(약사전) 추녀에 매달린 풍경 소리는 위안과 여유를 준다.
양쪽 바위 사이에 자리잡은 산왕전(산신각)의 위용도 자못 신비스럽다.
양쪽 바위 사이에 자리잡은 산왕전(산신각)의 위용도 자못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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